Daily Paintings 3. 21. 17

TuesdayMarch 212017

03 사랑으로 당당해지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볏짚으로 집을 지어 놀고, 밭에 있는 파를 구워 먹고, 앞산에 올라가 칡을 캐어 먹기도 했다. 논둑에 홀로 우두커니 서서 잔잔한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연을 날렸고, 봄에는 산나물을 캐어 먹었다.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은 수성못에서 동네 오빠들과 볼이 빨개지도록 썰매를 탔다. 물론 지금은 대구에서 최고의 카페들과 공원이 형성된 땅 값 비싼 도심 속 공간이 되었다.
그 시절 나는 자연 속 모든 것이 편안한 친구였지만, 유일하게 싫은 것이 곤충이였다. 나와 다른 여러개의 다리들, 외계인 같은 눈을 가진 얼굴. 수많은 개체들의 집단 속 버글거림. 자연에서 그들과 마주치면, 무의식적으로 즉각 반응하며 마구 밟아 죽였던 기억이 난다. 미안하게도 생명과 죽음이란 것을 알지 못하던 시절이라 죄책감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 인데, 왜 그랬을까?
그것은 곤충과의 첫 대면에서 부터 나의 내면 속에서 싹튼 막연한 공포심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격이였던 것 같다. 나와 다름이 가져다 준 괴기한 외모의 동물에 대한 선입견은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나의 내면 속 그 공포심을 깨뜨려 준 것 역시 곤충인 무당벌레다. 어느날, 나의 손등에 날아든 무당벌레 한 마리. 빨간 바탕색에 검은 땡땡이 무늬를 가진 등은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 그 세련된 색감 때문에 첫 눈에 반하게 된 곤충. 내 손 위에서 한참 동안을..... 그리고, 우리집에 만들어 준 울타리 사육장 안에서 노니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무당벌레와 교감했다. 그 뒤로 모든 곤충들이 더 이상은 무섭지 않게 되었다.
사랑하는 곤충이 생긴 후, 나는 그 무서워하던 곤충들 앞에서 비로소 당당해질 수 있었다. 때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상대를 이해하게 만들고, 이해하면 선입견과 함께 두려움과 경계심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 다육식물 소녀 에세이집 글 03 >


Flying Ladybirds, 2012 



서 승 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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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IBISCUS Seungeun 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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